영화 《Hunt for the Wilderpeople》에 담겨있는 애착, 마음의 치유를 찾아가는 이야기

비타한방(Vita Hanbang) | 시네마 마음처방 영화리뷰

영화 –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 (2016)

《Hunt for the Wilderpeople》은 세상에 버림받았다고 믿었던 소년 리키와 상처 입은 어른 헥터가 뉴질랜드 숲속에서 서로를 만나 가족의 의미와 마음의 치유를 찾아가는 따뜻한 성장 영화입니다.

문제아라고 불렸던 소년, 리키 베이커

리키 베이커는 열세 살의 고아 소년입니다.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사고를 일으키고, 반항하고,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 리키에게 새로운 위탁가정이 생깁니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숲속에 자리 잡은 집.

그곳에는 밝고 따뜻한 벨라 이모와 무뚝뚝한 헥터 삼촌이 살고 있습니다.

아동복지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리키는 다루기 어려운 아이입니다. 리키를 벨라의 숲 속집으로 데리고 온 폴라는 다루기 힘든 아이니 절대 교환은 안된다며 농담을 던지지만, 관객들은 속시원히 웃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구제불능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리키를 단순한 ‘문제아’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리키 베이커는 왜 문제아가 되었을까?


“아침이나 먹고 도망쳐”

처음 도착한 리키는 사방을 둘러 싼 정글같은 숲속과 헥터 삼촌의 불친절한 눈길이 불편합니다. 도시에서 살아온 아이에게 깊은 숲속의 외딴 집은 낯설고 답답할 뿐이겠죠.

결국 첫날 밤, 리키는 집에서 몰래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어두운 숲속을 멀리 가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리키 앞에는 벨라가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도망치려 했던 리키를 혼내거나 무안주지 않습니다. 리키가 산책나와서 잠이 들었다는 말에 대한 대답보다 그저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이나 먹고 도망쳐.”

그리고 한참 배고플 나이의 아이에게 계란과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간 팬케이크를 준비해 놓았다고 유혹하듯 이야기합니다.

리키는 결국 벨라를 따라 가서 아침을 먹습니다. 이 장면은 아주 사소해 보입니다만 리키에게는 조금 달랐을 것입니다. 자신을 찾아주고 이야기를 걸어주는 벨라와 맛있는 식사.. 리키에게는 어쩌면 내가 있을 곳은 여기일거 같다는 생각이 갖게 한 것 같습니다.


리키의 마음을 바꾼 따뜻한 물주머니의 의미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장면이 있습니다.

벨라는 숲속의 추운 밤을 견뎌야 하는 리키의 침대 속에 따뜻한 물주머니를 넣어줍니다.

도망치려 했던 리키는 결국 아침을 먹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고, 그 따뜻한 물주머니를 품에 꼭 안습니다.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주머니는 단순히 추위를 막아주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리키에게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나의 추위를 걱정하고, 내가 잠든 밤까지 생각해주었다는 것.

어쩌면 그 따뜻한 물주머니가 리키에게는 사람의 품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가 직접 설명하지는 않지만, 물주머니를 꼭 끌어안은 리키의 모습과 이후 이 집에 머물기로 하는 과정을 보면 그 온기가 소년의 마음을 움직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은 때로 거창한 말보다 작은 돌봄을 통해 사랑을 느낍니다.

따뜻한 밥 한 끼, 추운 밤의 이불, 그리고 침대 속에 미리 넣어둔 따뜻한 물주머니.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리키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벨라 이모의 생일 축하 노래

리키 베이커, 넌 이제 13살이 되었네.
이젠 청소년이 되었고 너는 황금처럼 소중한 아이란다,
리키 베이커 생일 축하해!
한 때는 거부당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졌지.
나랑 헥터에 의해서 말이야,
우린 완벽한 삼총사야.

리키 베이커 아하, 리키 베이커 아하.

리키~ 베이커~

벨라 이모는 열세 살이 된 리키 베이커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고 직접 생일 노래를 불러줍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일 축하 노래가 아닙니다. 벨라가 리키를 위해 만든 자작곡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엉뚱하고 따뜻한 노래를 리키도 따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 장면은 리키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가족의 생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리키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이 ‘우리’ 안에 포함되는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강아지 ‘투팍’을 선물로 받습니다.

이제 리키에게 이 집은 단순한 위탁가정이 아닙니다.

집이 되고, 가족이 되어갑니다.


벨라이모의 죽음으로 다시 찾아온 상실과 버림의 공포

그런데 행복감이 든 순간이 얼마되지 않아, 벨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리키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사람, 처음으로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벨라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리키는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다시 찾아온 상실과 버림의 공포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동복지기관에서는 벨라가 사망했기 때문에 리키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통보합니다.

하지만 리키는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여기가 자신의 집이라고 말합니다.

헥터에게는 “우리는 한 팀”이라고 이야기하며 졸졸 따라다닙니다. 리키에게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위탁가정이 아닙니다. 자신이 처음으로 가족이라고 느낀 곳입니다.

하지만 아동복지기관의 입장에서는 성인 남성인 헥터와 리키만 함께 생활하도록 둘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에는 분명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를 돌본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오히려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리키에게는 다시 예전의 삶으로 자신을 데려갈 거라는 공포가 느껴졌을까요.

결국 리키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죽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옷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불을 지르고, 숲속으로 도망칩니다. 사냥총과 강아지 투팍과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리키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리키에게 집에서 가져온 음식은 금세 떨어지고, 배고픔이 극에 달하자 눈에 보이는 것마다 음식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리키를 찾아 숲으로 들어온 헥터와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도망친 아이를 찾은 순간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두 사람이, 이제부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 입은 헥터와 리키가 숲에서 만나다

처음부터 헥터 삼촌은 리키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무뚝뚝한 표정에 거친 말투, 리키가 가까이 오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사실 헥터 삼촌은 젊었을 때 실수로 감옥에 간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 그를 받아들여 준 사람이 벨라였던 것입니다.

이런 벨라의 따뜻함을 받으며 살아온 헥터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벨라와 함께 리키에게 강아지 투팍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헥터 역시 리키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막 세 사람이 가족처럼 되어가던 순간, 벨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벨라의 죽음은 리키에게만 큰 상실이 아니었습니다. 헥터에게도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엄청난 상실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남겨진 것은 서로였습니다.

한 사람은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르는 어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받는 법을 믿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리키가 숲으로 도망치자 헥터는 그를 찾기 위해 숲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서로 불편하기만 했던 두 사람. 하지만 광활한 숲속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리키는 헥터에게 의지하고, 헥터 역시 리키를 자신이 보호해야 할 존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이와 어른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이때 이미 가족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벨라를 잃은 헥터의 슬픔을 바라보던 리키가 어느 순간 묻습니다.

“벨라 이모 보고 싶어요?”

이 질문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리키 역시 이미 상실을 경험한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리키는 자신의 친구 엠버가 죽었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헥터에게 말합니다.

“슬플 때는 그냥 받아들여요.”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담담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리키가 너무 일찍 배워버린 삶의 방식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다시 데려올 수 없다는 것.

결국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리키는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현실을 배워야 했던 아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헥터가 리키를 보호하는 어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리키가 헥터의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합니다.

상처받은 아이가 상처받은 어른을 위로하는 순간입니다.

헥터는 리키에게 안전한 어른이 되어주고, 리키는 헥터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됩니다.

서로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무뚝뚝한 어른과 문제아 소년이었던 두 사람.

하지만 숲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상처받은 아이와 상처받은 어른이 서로를 치유하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Hunt for the Wilderpeople》이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가족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속 리키는 여전히 사고를 칩니다.

자신의 영악함으로 헥터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성추행범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숲속에서 온갖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마음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헥터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

어느 순간 리키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 되어버립니다. 과연 앞으로 이 두 사람에게는 어떤 모험과 사고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영화를 보면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키가 정말 함께하고 싶었던 가족은 헥터 삼촌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흔히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보면 아이를 탓하거나 부모를 탓합니다. 때로는 아예 구제불능의 아이로 단정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벨라는 리키를 ‘고쳐야 할 아이’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 사람으로 받아주었습니다.

따뜻한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마련하고, 추위를 걱정하고, 생일을 축하하고, 강아지를 선물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거창한 훈육이 아니라, “너는 여기 있어도 괜찮아.” 라는 메시지인지도 모릅니다.

리키에게 그 메시지를 처음 전해준 사람은 벨라였습니다.

그리고 벨라가 떠난 뒤, 헥터가 그 자리를 조금씩 이어갑니다.

그래서 리키는 헥터와 헤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헥터가 자신을 다시 아동복지기관으로 보내려 했을 때, 리키가 느낀 것은 단순한 반항심이 아니라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배신감이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불편했던 두 사람.

하지만 어느새 리키에게 헥터는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요?


숲의 도망의 공간에서 성장의 공간으로 변화

《Hunt for the Wilderpeople》은 엉뚱하고 유쾌한 숲속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리키가 처음 품에 안았던 것은 따뜻한 물주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필요했던 것은 물주머니의 온기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신을 기다려주고, 받아주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어쩌면 마음의 치유는 그렇게 작은 따뜻함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웃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짠해지는 영화.

그래서 《Hunt for the Wilderpeople》은 보고 난 뒤에도 리키와 헥터의 숲속 여행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특별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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