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대로 내 몸도 변할까?|자기충족예언과 한의학의 칠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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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한의학의 칠정(七情)론

“나는 결국 실패할 거야. 내가 하는 일이 뭐 늘 그렇지.”

“이 병은 쉽게 낫지 않을 것 같아. 이러다 나 일찍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은 누구나 생각하는 푸념 정도로 생각했을 지 몰라도 실제로는 내 마음이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를 나타내 보여주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은 단순히 머릿속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생각을 믿기 시작하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면서 실제 결과까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런 현상을 설명합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48년 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근거가 부족한 믿음이나 예상이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행동하면서 결국 그 예상이 현실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모임에 가도 먼저 말을 걸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도 어색해하고 빨리 자리를 뜰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역시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해.”

처음의 믿음이 결과를 만든 셈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순환을 한의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칠정(七情)’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은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단순히 ‘기분’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황제내경》에서는 기쁨, 분노, 근심, 생각, 슬픔,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몸의 기(氣)의 움직임과 관계한다고 설명합니다.

화가 나면 기가 위로 치솟고, 지나친 생각은 기를 맺히게 하며, 두려움은 기를 아래로 내려가게 한다는 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마음의 변화가 몸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화가 났을 때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우리의 마음도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몸이 계속 아프면 평소에는 하지 않던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에서 몸으로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몸에서 마음으로도 영향을 줍니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마음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늘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걱정이었을 수 있습니다.

“혹시 이 병이 오래가면 어떡하지?”

“혹시 이러다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 몸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잠을 설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활동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몸이 힘들어지면 다시 걱정이 커집니다.

“역시 내 몸이 좋아지지 않고 있나 봐.”

그러면 불안은 더 커지고, 잠은 더 나빠지고, 활동도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에는 작은 걱정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하나의 순환이 됩니다.

걱정 → 몸의 변화 → 생활의 변화 → 다시 걱정

한의학의 칠정론을 현대적인 언어로 바라보면 이런 ‘순환’이라는 관점이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감정이 몸에 영향을 주고, 변화된 몸의 상태가 다시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나는 낫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정말 병을 만들까?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병이 낫는다.”

또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병이 생긴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암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질환이 단순히 마음가짐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에는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환경, 감염, 노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동과 생활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나는 안 나아.”

이렇게 생각하면 운동이나 식사 조절, 치료에 대한 의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완전히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

라고 생각하면 치료를 꾸준히 받고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이 병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행동이 다시 몸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이유

여기에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집니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맞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회복이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어느 날 몸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칩니다.

그런데 다음 날 피곤하면

“역시 다시 나빠졌어.”

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점점 많이 쌓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몸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중에서 내가 믿고 있던 것과 맞는 부분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나친 생각과 걱정이 반복되면 이런 과정은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思)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상태를 떠올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저는 감정을 없애려고 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하지 말자고 마음먹는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한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먼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믿고 있지?”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 믿음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고 있지?”

예를 들어

“나는 원래 잠을 못 자.”

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래서 잠들기 전부터 오늘도 못 잘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나는 몸이 약해서 운동을 해도 소용없어.”

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 때문에 아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 번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억지로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적인 생각’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믿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픈데도

“나는 반드시 완치될 거야.”

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생각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치료와 생활관리는 해보자.”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마음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한쪽으로 굳어버리지 않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감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고 치우친 상태를 경계했던 것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순환’을 보는 것이다

자기충족예언과 칠정론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따라서 두 이론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몸을 서로 떨어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주고,

행동과 생활이 몸의 상태에 영향을 주고,

달라진 몸의 상태가 다시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순환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조금 달라집니다.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면 행동부터 바꿀 수 있습니다.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면 수면이나 식사처럼 몸에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아, 내가 지금 많이 걱정하고 있구나.”

라고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긍정적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가진 생각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한 번쯤 바라볼 필요는 있습니다.

어쩌면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을 모두 좋은 것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생각과 감정이 몸과 행동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어느 한 지점에서 작은 방향 전환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자기충족예언의 굴레를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고, 한의학에서 말하는 마음과 몸의 균형을 돌아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은 한의학과 현대 심리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마음과 몸의 관계를 살펴본 일반적인 건강 정보입니다. 특정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 효과를 단정하는 내용이 아니며, 질환이 있는 경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료진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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