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가 묻는 인간의 마음 – 미래를 구하기 위해 현재를 잃어버린 사람들

비타한방(Vita Hanbang) | 시네마 마음처방 영화리뷰

🎬 영화 《인터스텔라》 기본정보

  • 영화 제목: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 개봉: 2014년 11월 7일 미국 개봉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각본: 조너선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 장르: SF, 어드벤처, 드라마
  • 러닝타임: 약 169분(2시간 49분) 
  • 주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케인
  • 음악: 한스 짐머
  •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
  • 등급: PG-13
  • 제작: 미국·영국·캐나다 

👥 주요 등장인물

조셉 쿠퍼 — 매튜 맥커너히
전직 NASA 파일럿이자 농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 탐사에 참여하지만, 그 선택으로 어린 딸 머피와 헤어지게 됩니다.

머피 쿠퍼 — 제시카 차스테인(성인) / 맥켄지 포이(아역) / 엘렌 버스틴(할머니)
쿠퍼의 딸.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을 떠난 것을 원망하지만, 훗날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풀어 인류의 미래를 바꾸게 됩니다. 

아멜리아 브랜드 박사 — 앤 해서웨이
쿠퍼와 함께 우주 탐사에 참여하는 과학자입니다. 존 브랜드 교수의 딸입니다.

휴 만 박사 — 맷 데이먼
쿠퍼 일행보다 먼저 새로운 행성을 탐사했던 우주비행사. 영화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과 공포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존 브랜드 교수 — 마이클 케인
인류를 구하기 위한 우주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학자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한국에서 특별히 사랑받은 영화 《인터스텔라》는 실제 물리학자인 “킵 손(Kip Thorne)” 이 제작에 참여하여 영화의 과학적 설정에 깊이 관여함으로 그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또한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IMAX와 35mm 필름으로 촬영해 거대한 우주 공간을 실제 영화관에서 경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과학적 상상력 + 인간의 감정 + 가족 이야기가 결합된 영화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과학적인 부분의 상식이 많이 없는 관계로 쿠퍼 가족의 이야기로 글을 전개해 보려고 합니다.


멸망을 향해가는 지구

만약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 이상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가까운 미래의 지구는 이상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농작물을 제대로 키우기 어려워지고,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입니다. 결국 인간은 지구 밖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처음 영화를 보면 거대한 우주와 블랙홀, 상대성이론, 시간의 왜곡 같은 과학적 이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영화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이야기는 훨씬 단순해집니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아버지와 딸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아버지

그런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떠나야 하는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쿠퍼가 떠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선택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특히 딸 머피에게 아버지는 자신을 두고 떠난 사람이 됩니다.

쿠퍼에게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희생이었지만, 머피에게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경험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영화는 우리에게 묘한 질문을 던집니다.

좋은 의도로 한 선택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 희생이 자녀에게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반드시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는 것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은 시간입니다.

쿠퍼에게는 잠깐의 시간이지만 지구에서는 수십 년이 흘러갑니다. 그 사이 머피는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쿠퍼는 딸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 못합니다.

아들이자 머피의 오빠인 톰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지만, 큰 아들 제시가 세상을 떠나며 괴로운 날들을 보내게 되고 우주에 있는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만 더이상 의미 없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우주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면서 살아갑니다.

돈을 벌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포기하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 자신의 삶을 미루기도 하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의 삶을 너무 많이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인터스텔라》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떠난 쿠퍼는 정작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함께할 현재를 잃어버립니다.


머피는 왜 아버지를 미워했을까?

머피는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많이 원망합니다. 사랑이 없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아버지를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 머피에게는 아버지가 떠났다는 사실만 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머피는 아버지가 왜 떠났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머피의 감정은 조금씩 변합니다.

원망에서 이해로, 이해에서 용서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많은 관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의 행동을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부모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 박사는 왜 사람을 배신했을까?

영화에서 만 박사는 빌런입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탐사한 행성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극도의 고립과 공포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신의 데이터를 조작하고, 거짓 신호를 보내어 결국 쿠퍼 일행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었습니다.

만 박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했고, 결국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쿠퍼를 죽이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로밀리까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쿠퍼와 만 박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아남고 싶어 하는 인간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두 사람이 선택한 방법은 달랐습니다.

쿠퍼 역시 자신의 생존과 사랑하는 딸 머피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만 박사는 극심한 고립과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선택했고, 결국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쿠퍼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면서 다른 사람의 죽음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같은 공포 앞에서도 인간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 박사는 우리 안에 있는 조금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평소에는 누구나 선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도의 공포와 생존의 위협 앞에서도 과연 우리는 같은 사람일까요?

영화는 쉽게 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말 찾아야 할 새로운 행성은 무엇일까

영화 속 인류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미래도 정말 그렇게 될까?

현실의 지구가 당장 영화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식량과 물 문제, 생태계의 변화 등을 생각하면 《인터스텔라》의 설정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상상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만 생각해야 할까요? 어쩌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세상을 찾기 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지킬 수는 없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환경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가 힘들어지면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찾습니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를 꿈꿉니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찾기 전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랑은 시간을 이길 수 있을까

《인터스텔라》에는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3차원, 4차원, 시간의 상대성, 블랙홀과 테서랙트까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복잡한 과학적 설정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 놓아도 사람의 마음속에 남은 관계까지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쿠퍼에게 머피는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머피에게도 아버지는 오랜 원망 속에서도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원망하고,

원망하기 때문에 기억하고,

기억하기 때문에 결국 이해하게 됩니다.

어쩌면 사랑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힘이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관계를 마음속에 남겨두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마음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의 칠정(七情)으로 설명합니다.

《인터스텔라》의 인물들도 끊임없이 감정의 변화 속에 있습니다.

쿠퍼에게는 사랑과 그리움, 죄책감과 두려움이 있고, 머피에게는 분노와 원망, 슬픔, 그리움 그리고 결국 용서가 있습니다.

만 박사에게는 무엇보다 강한 ‘공포(恐)’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이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기도 하고, 사랑이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판단과 행동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 박사가 그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결국 마음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다시 우리의 삶을 바꿉니다.

마음이 삶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질문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면 처음에는 블랙홀과 시간의 왜곡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다른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떠나는 아버지를 붙잡던 어린 딸.

수십 년 동안 아버지를 기다린 딸.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과 타인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인간.

그래서 저는 《인터스텔라》를 단순한 우주영화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미래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지금뿐입니다.

어쩌면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행성과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지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런데 그 미래를 준비하느라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없는가?”

《인터스텔라》는 그 질문을 우주라는 가장 거대한 공간에 던져놓고, 결국 우리의 마음으로 다시 가져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