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Obsession》이 보여주는 사랑과 집착의 심리, 그리고 한방심리

비타한방(Vita Hanbang) | 시네마 마음처방 영화리뷰

사랑받고 싶었던 남자, 왜 집착의 늪에 빠졌을까


영화 《Obsession》은 수줍은 청년 베어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니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베어와 니키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이제는 같은 MUSIC STORE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베어는 오래전부터 니키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합니다.

친구로 오랫동안 지내온 만큼 자신의 고백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버릴까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평범한 바람이 단 한 번의 소원을 통해 현실이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사랑을 이루고 싶었던 남자의 소원.

그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사랑은 서서히 공포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왜 베어는 직접 고백하지 못했을까

베어는 니키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니키가 먼저 기회를 줍니다.

“내가 한 번의 기회를 줄 테니, 너 나 좋아하니?”

베어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베어는 결국 이렇게 대답하고 맙니다.

“우리는 친구잖아.”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린 것입니다.

거절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고,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니키와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도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베어는 자신의 마음을 직접 전하는 대신, 뉴에이지 상점에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요상한 막대기 ‘원 위시 윌로우(One Wish Willow)’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니키가 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게 됩니다.

여기서 베어의 선택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백은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행동입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건넨 뒤에는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향할 때 사랑이라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어는 그 과정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거절당할 가능성을 견디는 대신, 니키의 마음 자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베어가 악의를 가지고 소원을 빌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너무나 간절하게 사랑받고 싶었고, 거절당하는 두려움을 피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베어는 사랑을 얻으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니키에게 자신의 마음을 선택할 자유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원했던 사랑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베어는 그 사랑을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 집착이 될까

영화 《Obsession》은 공포영화 중에서도 조금 색다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한 러브스토리로 시작하는 듯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경악할 만한 시각적 효과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공포로 변해갑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랑이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입니다.

주인공 베어는 그저 니키가 자신을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지만, 그 소원이 이렇게 큰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베어 자신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의 질문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고 싶은 것과 사랑받고 싶은 것은 정말 같은 마음일까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특히 짝사랑을 하고 있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은 간절한 소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기다리는 과정을 건너뛴 채, 그 사람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Obsession》의 주인공 베어는 거절이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직접 고백하기보다 특별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려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사랑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집착이 되는 것일까요?

《Obsession》은 이 질문을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줍니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

니키의 변화는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베어가 소원을 빌었던 순간부터 니키는 베어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함께 있고 싶어 하며, 끊임없이 베어의 사랑을 확인하려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니키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요구는 점점 강해지고, 결국 베어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그를 옭아매기 시작합니다.

베어가 조금만 자신에게서 멀어져도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조차 견디지 못합니다.

사랑이 확인을 필요로 하고,

확인이 불안으로 이어지고,

불안이 다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착은 결국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니키가 단순히 질투심 많은 연인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마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갑자기 본래의 니키로 돌아와 자신이 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요구하는 니키의 모습은 점점 베어가 알던 니키와 달라집니다.

그래서 관객은 묻게 됩니다.

지금 베어에게 사랑을 요구하고 있는 사람은 정말 니키일까?

평범한 사랑처럼 보였던 감정은 어느 순간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랑은 공포가 됩니다


한방심리에서 바라본 감정과 집착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 사에 기쁨, 노여움, 슬픔, 생각, 근심, 놀람, 두려움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가능성은 감정에 지나치게 끌려가거나 한 가지 감정에 오래 머무르는 상태일 때 나타납니다.

《Obsession》의 베어를 보면 처음에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면서 욕망은 마음속에서 계속 커집니다.

결국 그는 현실에서 감당해야 할 거절의 가능성을 피하고, 소원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마음속 욕망을 해결하지 않은 채 결과만 바꾸었기 때문에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형태로 돌아옵니다.

니키의 집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불안과 두려움과 결합하면서 점점 강해지고, 결국 자신의 행동까지 통제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감정은 단순히 마음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영화로만 보지 않고, 감정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을 때 인간의 행동이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Obsession》을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영화에서 그렇게 많이 들었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조금 짜증나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말미에 들려오는 니키의 울음소리마저도 더 이상 안쓰럽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듣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사랑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공포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일까요?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일상에서도 상대방의 행동과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욕망이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동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랑에는 상대방의 자유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도 나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사랑받고 싶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사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내 뜻대로 만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베어는 사랑을 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순간, 자신이 원했던 사랑을 스스로 파괴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Obsession》이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사랑보다 커지는 순간, 사랑은 집착이 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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