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King Tide》가 보여주는 인간의 욕망, 의존, 고립 그리고 마음의 힘

비타한방(Vita Hanbang) | 시네마 마음처방 영화리뷰

👉 영화 기본정보
《The King Tide》
✦ 개봉: 2023년
✦ 국가: 캐나다
✦ 장르: 드라마, 판타지, 스릴러
✦ 감독: Christian Sparkes
✦ 러닝타임: 100분
✦ 주요 출연: Alix West Lefler, Clayne Crawford, Frances Fisher, Aden Young, Lara Jean Chorostecki
✦ 주요 인물: 아일라(Isla), 바비(Bobby), 페이(Faye), 보(Beau), 그레이스(Grace)
✦ 줄거리 요약 : 바다에서 발견된 한 아이가 사람을 치료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화롭던 섬 공동체는 점차 아일라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 스포일러 주의

이 글에는 영화 《The King Tide》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먼저 영화를 감상하신 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요즘은 SNS 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록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타인의 희생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빗대어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권리인 줄 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사람은 타인과 서로 이해하고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이상적이고 의미있는 삶이다’ 라고 말하지만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자꾸 회자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처음에 도움을 받으면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마움은 의존으로 변하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 마치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상황이 생깁니다.

영화 《The King Tide》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불편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고립된 마을에 찾아 온 기적의 아이

어느 한적한 외딴 섬으로 바다에서 떠밀려 온 한 갓난 아이, 아일라(Isla).

바비(Bobby)와 그레이스(Grace)의 따뜻한 보호 아래 아일라는 10살이 되었습니다.

아일라에게는 사람들의 병과 상처를 낫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점점 자신의 몸이 치유가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녀가 바다에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덕분에 가난했던 마을에는 풍요가 찾아옵니다. 이 섬의 유일한 의사였던 ‘보우(Beau)’도 진료를 멈추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아일라를 사랑하고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사람들은 점점 더 아일라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아일라는 마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기적은 축복이 아니라 위험한 의존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아일라

여기서 오래된 이솝 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떠오릅니다.

원래 가난했던 농부 부부는 거위가 매일 황금알을 한알 씩 낳는 바람에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거위의 배를 가르면 황금을 한꺼번에 얻을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며 욕심을 낸 주인은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맙니다.

영화의 섬 사람들도 아일라를 매우 특별한 존재로 추앙합니다. 사람들은 아일라가 주는 기적을 원하지만, 정작 아일라가 ‘아이’라는 것은 잊고 맙니다.

아일라는 살아 있는 아이인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물건이나 마을의 자원처럼 취급됩니다.

어느 날 아일라의 친구들은 독이 든 열매를 먹으면서 아일라에게 가면 고쳐 줄거라는 믿음으로 장난삼아 열매를 삼킵니다.

이 때 아일라는 물고기 잡으려고 바닷가에 나가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의 심장은 멎고 말았고 이후에 아일라가 도착했지만 죽은 아이를 살려내진 못했습니다. 자신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아일라는 자신의 기적의 능력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 하기 시작합니다. 아일라의 양부이며 마을의 시장인 바비(Bobby)가 설명해도 믿지 않으려 합니다. 슬픔이 마을을 순식간에 잠식합니다. 사람들의 몸도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아일라의 치유로 혜택을 제일 많이 받았던 바비의 장모, ‘페이(Faye)’는 10년전에 알츠하이머로 거의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일라가 온 후, 그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 변했고, 마을 사람들이 아일라에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일라의 기적이 사라진 순간, 그녀도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아일라의 기적의 능력은 사라진 것일까? 감추어진 것일까?

아일라의 기적은 과연 사라진 것일까요?

아일라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을 늘 행복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들을 항상 미소로 맞이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일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Many thanks to Isla!”

그런데 친구의 죽음을 본 아일라는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기적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일라의 능력은 단순한 치료 능력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아일라가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에 있을 때 그녀의 힘은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의 병을 낫게 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며, 바다의 물고기를 불러옵니다.

그런데 아일라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빠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벌떼를 떼죽음 시킬 정도였죠.

이후 아일라가 잠이 들 때 기적의 능력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그레이스’가 알아냅니다. 남편 ‘바비’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자 라고 하자, 자신의 엄마인 ‘페이’에게는 알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침 마을에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식량이 바닥이 나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페이’는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서 바닷가에 데리고 가라고 합니다. 덕분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영화의 장면은 흡사 사이비 종교의 예식과 닮아 보이기 까지 합니다.

결국 아일라를 파괴한 것은 누구였을까?

영화의 마지막은 충격적입니다.

바비와 보우는 ‘아일라’와 보우의 아들 ‘주니어’를 도시로 내보내려 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섬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페이에 의해 보우는 살해당합니다. 절대로 아일라를 뺏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페이로 똘똘뭉친 섬 사람들은 도시에서 온 아동보호국 직원과 경찰과 대치하던 중 말리려던 바비를 죽음으로 몰고갑니다. 바비는 아일라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여겨 섬에서 탈출시키려 했지만, ‘우리의 섬은 영원하다’는 그 영원을 지키기 위한 세력들로 부터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일라의 생명을 이용하면서 정작 아일라의 삶은 살려주지 못했습니다.

황금알을 얻으려다 거위를 죽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죽는 것은 거위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 죽음으로 종말을 맞게 되죠.

그리고 저는 이것이 《The King Tide》가 가장 무섭게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무작정 오래 사는 것을 추구했다면 요즘은 잘 먹고 잘 사는 목표로 삼습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게 의미가 없다는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페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거침없이 실행해 버리고 말죠. 아마도 아일라가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면 바로 이 할머니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욕망과 집착이 밀려오는 바닷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

그것이 바로 King Tide,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온 욕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적을 가진 아이를 사랑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 아이가 주는 기적을 사랑한 것일까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 질문은 오래 남습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욕망과 집착

한의학에서는 현대 심리학처럼 ‘욕망’과 ‘집착’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情)과 욕(欲), 칠정(七情)과 오장(五臟)의 관계를 통해 지나친 감정과 욕망이 마음과 몸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건강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능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The King Tide》의 ‘페이’를 보면 그 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페이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일라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늙음과 질병,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공(恐)을 신(腎)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恐) → 살고 싶은 욕망 → 아일라에 대한 의존 → 집착 → 타인의 희생

으로 이어집니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살고 싶다”가 “죽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로 바뀌는 순간, 욕망은 집착이 되고 다른 사람의 삶까지 침범하게 됩니다.

페이는 아일라를 보호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일라는 어느 순간 한 명의 손녀가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주고 마을을 유지해주는 귀중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때부터 아일라의 마음과 자유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The King Tide》가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우선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희생은 점점 당연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것을 사랑이나 보호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끌려가지 않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살고 싶은 마음은 생명의 본능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의 삶까지 빼앗기 시작한다면, 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순간 생에 대한 집착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일라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그녀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사용하려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를 덮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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