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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파요!
살다 보면 유난히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거의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된다면 그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그런 사람은 가족일 수도 있고, 배우자나 자녀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 동료나 상사, 친구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 젊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클리닉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외모는 귀엽고 예쁜 인상이었지만 얼굴빛은 어두웠고, 뒷목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한방치료를 받아보고 싶어 내원했다고 합니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좀 심한가요?”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았습니다.
취업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직장에 있는 한 여자 상사가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속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고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데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사와 마주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가까워져 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관계가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 생각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도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겨우 한 달인데, 일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학교에서 경험했던 관계의 어려움이 성인이 된 후에도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친구 사이의 문제가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혹은 동료 사이의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더 힘든 것은 그 사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긴장하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신경 쓰이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는 마음에서만 끝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머리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고 쉽게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몸까지 힘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 때문에 몸이 아플 수도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음과 몸은 훨씬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긴장한다
우리는 흔히 마음과 몸을 따로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는 마음의 문제이고,
두통이나 소화불량, 근육의 긴장은 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은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거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긴장하면 어깨가 올라가고 턱에 힘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경험도 흔합니다.
이것은 마음에서 일어난 일이 몸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우리 몸은 긴장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수면이나 소화, 근육의 긴장과 같은 여러 신체적인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신체 증상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불편이 반복되면서 동시에 심한 스트레스나 관계 갈등을 겪고 있다면, 마음과 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람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힘든 이유
일이나 돈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에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가족이라면 아예 관계를 끊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기대가 큽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내가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참고 견디다 보면 스트레스가 끝나지 않습니다.
사건은 이미 지나갔는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 일이 반복됩니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를 다시 생각하고,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생각하고,
다음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몸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데 마음은 계속 과거와 미래를 오갑니다.
그렇게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몸도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한의학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보았을까?
한의학에는 사람의 감정을 칠정(七情)이라는 개념으로 봅니다. 칠정은 기쁨, 노여움, 근심, 생각, 슬픔, 두려움, 놀람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가 나고, 걱정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합니다.
문제는 감정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오랫동안 지속될 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변화가 신체의 상태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를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몸의 상태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은 현대에서 이야기하는 심신의 연결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의학의 칠정은 사람의 감정과 몸을 서로 분리해서 보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사건’보다 계속되는 생각일 때가 있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그 사건 자체만 힘들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일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었을까?”
“내가 잘못한 걸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사람이 또 그러면 어떡하지?”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실제 사건보다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생각이 더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먼저 이렇게 인정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지금 그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구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조금 떨어뜨려 바라볼 수 있습니다.
모든 관계를 해결할 필요는 없다
사람 때문에 힘들 때 우리는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려거 환경을 벗어나려 하는 마음이 큽니다.
“저 사람이 조금만 달라지면 좋을 텐데.”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나 자신도 바꾸기 힘든 일이기도 하니까요.
때로는 관계를 해결하는 것보다 내가 그 관계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필요한 말을 하고,
필요하지 않은 말에는 반응하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해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감정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하지 말자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마음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몸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요즘 잠이 계속 깨지는지,
소화가 예전 같지 않은지,
목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지,
이유 없이 피곤한지,
두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증상을 모두 스트레스 탓으로 돌려서 참고 있으면 안됩니다.
특히 증상이 새롭게 생겼거나 심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다른 신체적인 원인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몸의 불편과 스트레스가 함께 반복된다면, 이제는 몸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서운할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이란 항상 평온한 상태라기보다,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나 자신이 완전히 끌려가지 않는 상태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화를 느꼈다면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걱정이 된다면 무엇 때문에 걱정하는지 살펴보고,
상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없는 일처럼 억지로 덮어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도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너무 힘든 일이 생기면 ‘여차하면 사직서를 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사직서까지 작성해 놓고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완전 육두문자를 날리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친구를 만나 답답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도 보면서 마음을 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이 당시의 저에게는 꽤 중요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그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담과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무조건 참고만 있지 않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칠정이라는 오래된 개념도 결국 감정을 인간의 삶에서 떼어놓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몸이 지치면 마음도 다시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할 때 음식이나 운동, 수면만큼이나
내가 어떤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힘든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건강을 돌본다는 것은 몸을 고치는 일만이 아니라,
내 마음을 계속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