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한방(Vita Hanbang) | 한방심리 칼럼
–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하는 이유

어느 지방의 한 축제에서 가수 심수봉 씨가 앞서 노래한 어린 가수 김다현을 지칭해 몇 마디 말을 했다는 사실을 두고 유튜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심수봉 씨의 발언이 너무했다는 영상들이 올라오더니, 김다현의 무대를 보고는 “그럴 만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한 것일까요?
저는 이 일을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로만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일을 보면서 ‘충고와 비판은 어디에서 달라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경하던 선배의 한마디
김다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동경하던 대선배에게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마음 아픈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김다현이 어린 시절 아버지 김봉곤 훈장님, 언니와 함께 창을 부르며 방송에 출연하던 모습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참 반듯하게 자랐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예의 바른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각종 트로트 경연대회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성인가수들과 경쟁시키는 것이 괜찮을까?’
어린 나이에 합격과 탈락을 오가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가 성인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불편하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경험이 많지 않다고 해서 노래를 표현하는 능력까지 부족한 것은 아니니까요.
충고와 비판은 다르다
선배가 후배에게 충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른이 어린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관계라면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조용히 따로 만나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다릅니다.
심리적으로도 공개적인 평가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존경하거나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그 말은 다른 사람의 말보다 훨씬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자리라면 단순히 ‘노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내가 평가받았다’는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어린 사람은 자신에 대한 평가와 자존감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른에게 들은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충고는 내용만큼이나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마땅치 않은 부분을 쉽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와 상대가 살아가는 시대는 다르고, 내가 겪었던 환경과 상대의 환경도 다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경험의 양만이 아니라 내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이 단순히 겸손하라는 뜻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알게 될수록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말할 권리보다는 말의 절제
심수봉 씨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것입니다.
저는 그 의도를 추측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일을 보면서 한 가지는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무게로 전달될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젊을 때는 혈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면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필요한 말은 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을 보면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린 사람에게 충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해서 하는 것인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에게도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던 청각장애 아동과 어머니가 한 노인과 언쟁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지만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노인이 아이의 상황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정을 모두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어른에게 필요한 자기 점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꼭 해야 할 말이라면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전할 수 있는 것 역시 우리가 나이 들면서 배워야 할 지혜가 아닐까요.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특히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들은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만큼 그 말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의 말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충고할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어쩌면 더 많은 말을 참고,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