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한방(Vita Hanbang) | 시네마 마음처방 영화리뷰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스타.
그러나 그 빛만큼 깊은 그늘을 안고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

영화 <마이클>에 대한 단상
영원한 천재 스타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마이클>이 나온다기에 저 역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전, 평론가들의 낮은 평점을 보고 다소 의아했고 관객들의 반응 역시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관람을 마친 후에는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감독이든 한 인물의 일대기를 스크린에 담을 때는 공감과 재미를 모두 잡으려 고심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왠지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다 중도에 멈춰버린 듯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의 주옥같은 명곡에도, 치열하게 흔들리며 어른이 되어간 그의 삶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다 끝난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속편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품은 영광의 크기와 겪어낸 고통의 폭이 워낙 거대했기에, 그 모든 굴곡을 한 편의 러닝타임에 온전히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 <이퀄라이저>의 안톤 푸쿠아(Antoine Fuqua)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마이클 잭슨이 남긴 눈부신 긍정적 업적과, 생의 막바지에 겪었던 논란과 고통이라는 무거운 양면성이 겹쳐지면서 대중에게 큰 호불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상처받은 소년이 꿈꾼 단 하나의 유토피아
마이클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억압과 학대 속에서 노래를 강요받았습니다.
잭슨 파이브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에도, 그 또래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범한 일상과 자유는 단 하루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마이클의 예술적 영혼을 보듬기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대했던 것 같습니다.
마이클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동화책 속 세상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그가 자신의 저택에 놀이공원을 만들고 동물들을 들여놓으며 동화 속 세상을 현실에 구현하려 했던 것은 단순한 일탈이나 과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평생 해소되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가 오직 그곳에서만큼은 상처받지 않고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바랐던 절박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에게 네버랜드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도망쳐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유일한 안식처이자, 잃어버린 순수를 박제해 둔 보물섬이었던 셈입니다.

결핍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이끌었을까
어린 시절의 결핍이 만들어낸 피터팬의 ‘네버랜드’에 대한 열망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과시가 아니었습니다.
라마를 키우고, 동물실험실에서 구출한 침팬지를 입양하고, 기린까지 곁에 두었던 그의 독특한 행보에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보호하려는 방어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소아병동을 찾아 아픈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던 모습 역시, 어쩌면 병마와 싸우며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고 안아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이 조화를 잃고 과도해지면 오장육부에 상처를 입고 병이 생긴다고 봅니다.
마이클의 마음속에는 평생 해소되지 못한 깊은 슬픔과 불안, 그리고 억눌린 어린아이의 자아가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너무 일찍 잃어버려 가닿을 수 없는 ‘순수한 시절’을 거대한 현실 속에 박제해 두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는 아버지의 강요 속에서 진행된 펩시콜라 광고 촬영을 중요한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그 촬영 중 발생한 화상 사고는 그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로 인해 평생 극심한 통증과 두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이 사고로 인한 소송으로 받은 보상금 전액을 화상센터에 기부했던 그의 성품은 대중이 화려했던 겉모습만 보고 오해하던 마이클 잭슨의 진짜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무대 위에서만 자유로웠던 천재
1983년 당시 작은 텔레비전 화면으로 마주한 ‘빌리 진(Billie Jean)’ 퍼포먼스는 저에게도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시그니처 댄스인 ‘문워크’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그 무대는, 천재적인 감각과 완벽한 기획력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소리를 내는 가수를 넘어, 음악을 시각화하고 무대라는 공간을 자신의 철학으로 지배하는 진정한 천재였습니다.
비트의 강약을 신체 언어로 구현하는 탁월한 리듬감, 음악의 구조를 완전히 꿰뚫어 보는 편곡 능력, 그리고 콘서트의 전 과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기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의 거대한 영향력과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경계하며 엉뚱한 오해를 보내기도 했지만, 팬들이 열광하며 실신까지 했던 이유는 결국 그의 음악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카타르시스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깊은 고독과 상처를 품고 있었음에도, 음악을 향한 순간만큼은 신의 경지에 닿아 있던 사람. 그가 남긴 찬란한 족적, 그리고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밝게 빛(陽)난 사람에게 가장 짙은 그늘(陰)이 있었다
한의학에서의 기본이 되는 음(陰)과 양(陽)의 개념이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고, 낮이 있으면 밤이 오듯 서로를 완성하는 두 축입니다.
음과 양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입니다. 빛이 있기 때문에 그늘이 존재하고, 그늘이 있기에 빛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마이클 잭슨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빛이 강해질수록, 그의 마음속 그늘도 함께 깊어졌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수만 명을 열광하게 만들었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누구보다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세상은 그의 찬란하고 화려한 모습을 사랑했습니다.
완벽한 춤. 완벽한 노래. 완벽한 스타.
하지만 그의 ‘음(陰)’, 즉 두려움과 외로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음양은 어느 한쪽만 커질 때 균형을 잃습니다. 빛만 있는 삶도 건강하지 않고, 그늘만 있는 삶도 건강하지 않습니다.
대중들은 유명인, 종교 지도자, 정치인, 의사 그리고 수많은 스타들에 열광합니다.
그러다가 막상 그들이 실수를 하게 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너무 쉽게 실망하고, 때로는 존경에서 증오의 마음으로 돌아섭니다.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모두 치우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떠나간 자리, 그리고 남겨진 기억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의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당시 장례식이 열렸던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근처 다운타운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직접 현장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통제가 심해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찬란한 예술성은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문득 한국 내한 공연 당시, 무대 위 사다리 탑으로 갑작스럽게 뛰어올라온 열성 팬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팬이 다치지 않도록 다정하게 붙잡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흔들림 없이 노래를 이어가던 그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배려 어린 손길. 그 짧은 순간 보여준 진심 어린 다정함이야말로 그가 왜 수십 년간 단순한 ‘팝의 황제’를 넘어 ‘진정한 스타’로 기억되어야 하는지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따라 유독 그의 맑고 순수한 영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래들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가만히 담아낸 듯한 ‘Ben’,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픔을 품어줄 것만 같은 ‘I’ll Be There’의 선율이 귓가를 맴돕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거대한 함성 뒤에 숨겨진 그의 고독한 눈물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그 무거운 무대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가 평생토록 찾아 헤매던 네버랜드에서 비로소 평온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깊은 안식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봅니다.
오늘 밤 그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려 합니다. 어쩌면 그 시간은 마이클 잭슨을 추억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그늘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